애플 신화의 주역인 스티브 잡스(56)가 물러났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잡스 매직’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잡스는 24일(현지시간) 애플 이사회에 보낸 편지에서 “애플 최고경영자(CEO)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이사회에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말해왔는데 불행하게도 그날이 왔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잡스는 최근 췌장암 수술과 간 이식을 위해 세 차례 병가를 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업계에서는 잡스의 건강 문제를 사퇴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후임 CEO에는 잡스가 추천한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50)가 선임됐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비전과 리더십은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가치 있는 기술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잡스의 퇴장이 그동안 ‘반(反)애플 전선’을 구축해온 구글·마이크로소트와의 경쟁구도는 물론 세계 IT 업계 판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잡스는 컴퓨터와 아이폰이라는 히트상품으로 세계 IT 흐름을 주도해온 이 시대 최고의 경영자다.
잡스는 21세 때인 1976년 애플을 창업했다. 유명한 사과 로고가 찍힌 데스크톱 컴퓨터 ‘애플2’를 내놓고 단숨에 업계의 최고 실력자로 부상했다. IBM이 뒤이어 내놓은 퍼스널컴퓨터(PC) 시리즈와 경쟁하며 1980년대 컴퓨터 혁명을 주도했다. 후속작인 ‘애플3’의 실적 부진과 내부 권력다툼 끝에 1985년 애플을 떠났다.
잡스는 1997년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하자 애플 CEO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당시 애플은 만성적인 판매 부진으로 10억달러의 적자를 내며 침몰하기 직전이었다. 잡스는 새 PC인 ‘아이맥’과 ‘아이북’을 선보이며 1년 만에 애플을 흑자로 돌려세우는 수완을 발휘했다. 2001년에는 휴대용 음향기기인 ‘아이팟’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또 2007년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이어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내놓고 세계 모바일 시장을 평정했다.
그는 매년 세계 IT 시장의 흐름을 제시하는 연례개발자회의를 통해 수많은 ‘광팬’을 몰고 다녔다.
2005년 스탠퍼드대학 졸업식에서 “매일을 네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고 연설한 것은 그의 삶을 대변한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잡스는 지난 25년간 가장 성공한 미국 경영인”이라고 평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창업주는 잡스를 IT 업계에서 최고로 영감을 일깨우는 사람으로 꼽았다.
그러나 특유의 독선과 독설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경쟁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를 ‘삼류기업’과 ‘모방꾼’으로 불렀다.
세계 IT 생태계와의 교류를 무시한 ‘나홀로’ 성장전략(폐쇄성)과 경쟁업체를 폄훼하는 발언으로 ‘공공의 적’으로 몰렸다. 존 기술을 조합해 물건을 많이 팔았을지 몰라도 세계 IT 기술 발전에 기여한 게 없다는 혹평도 받는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잡스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마케터”라고 말했다.
허름한 청바지에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세계 IT 시장을 향해 일갈하는 잡스의 모습은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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