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정보/IT이슈

헛발질하는 소프트웨어 정책

by 어설픈봉봉이 2011. 9. 14.
반응형
SMALL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에는 건강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워크스마트랩(WSL)이 있다. 850만명의 사용자로 구글 안드로이드 건강 관련 앱 가운데 1위인 이 회사는 31세의 정세주 공동창업자만 한국인이고, 나머지 15명의 직원은 미국 프린스턴대, 독일 베를린자유대 등을 나온 소프트웨어 천재들이다. 이들은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에 맞서 한국 정부가 지원하고 삼성과 LG가 손잡고 운영체계(OS)를 만든다는 뉴스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이렇게 좁은 기반의 OS를 쓰겠느냐"는 것이다.

창업 5년밖에 안 된 회사이지만 이들은 당연히 세계시장이 대상이다. 최고의 직장인 구글에서 뛰쳐나와 여기에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를 잡고 "왜 그랬냐"고 물으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배고픈 천재들이 목숨을 걸고 달라붙는 회사와, 월급과 결재를 받으며 하드웨어의 부속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는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들은 물론 대박을 꿈꾼다. 전설적인 벤처캐피탈인 클라이너퍼킨스의 투자를 받은 이 회사의 가치는 벌써 수백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은 회사 가치가 '조 단위(billion dollar)'로 올라갈 것이라는 꿈을 꾼다. 페이스북의 창업 비화를 담은 영화 '페이스북'에서 공동창업자인 숀 파커는 저커버그에게 "백만달러는 멋있는 게 아니야. 뭐가 멋있느냐면 10억달러야"라고 얘기한다. 빨리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광고를 게재하려는 유혹을 뿌리치면서 던진 이 대사는 영화 밖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대목이다. 페이스북의 원조인 싸이월드는 실패하고 페이스북은 대박을 터뜨린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장기적인 착목점(着目點)과 이를 가능케 하는 벤처캐피탈 등 환경이 달랐다는 게 결정적이다.

워크스마트랩은 구글에서 수석급 엔지니어 5명을 빼왔다. 하지만 구글은 자기 회사를 배반한 이들 전직 엔지니어를 '구글 동창생(alumni)'이라고 부른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경쟁하는 관계이지만 결국 협력사가 잘되면 구글에도 유리하다는 무서울 만큼 대담한 개방성이 깔려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과 관련해 우리는 분명 헛발질을 하고 있다. 정부 지원의 소프트웨어 공동개발 발상이나, 스티브 잡스 애플 CEO 퇴진 뉴스를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막강 적장(敵將)의 병사(病死)처럼 결정적인 분수령으로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나, 잡스처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거 뽑겠다는 '신(新) 10만 양병설'은 모두 '톱 다운 메뉴'다. 바닥부터 올라와 서로 연계되고 번성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 나무를 심고 연못을 만든 뒤 "쉬리가 산다"고 떠드는 조경업자와 같은 인공적 발상이다.

배고프지만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 카페에서 만나 의기투합해 창고와 기숙사에서 프로그램을 짜고, 이들의 가능성을 본 벤처자본가들이 자본을 대며, 성공의 싹이 보이는 제품과 회사를 대기업이 제값 주고 인수하는 풍토가 결합해야 진정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출처 : 조선닷컴


반응형